번아웃이 오기 전에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더라고요
번아웃이라는 걸 처음 실감한 게 생각보다 별거 아닌 순간이었어요. 좋아하던 드라마를 틀어놨는데 보고 싶지 않아서 그냥 꺼버린 거예요. 피곤해서도 아니고,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, 그냥 뭘 봐도 재미없는 상태.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,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게 신호였더라고요.
번아웃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에요. 몸이 먼저 알아채고,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우리가 그걸 못 보거나 무시하는 거예요. 직장인 3명 중 2명이 번아웃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, 막상 자기가 번아웃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요.
잠을 자도 피로가 안 풀릴 때
수면 시간이 충분한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여전히 무거운 느낌, 이게 지속된다면 단순 수면 부족이 아닐 수 있어요. 번아웃 상태에서는 신체가 만성적인 긴장 상태에 있어서 자면서도 제대로 회복이 안 돼요.
저는 그걸 한참 뒤에 알았어요. 7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한 게 반복되니까 처음엔 커피를 더 마시고, 그다음엔 수면을 늘리고, 그래도 안 되니까 그냥 피곤한 채로 하루를 버텼어요. 근데 그게 해결책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방법이었더라고요.
집중이 안 되고 사소한 것도 자꾸 잊어버릴 때
번아웃 전조 증상 중에 인지 기능 저하가 꽤 흔해요. 하려던 말이 갑자기 안 나온다거나, 방금 한 행동을 잊는다거나, 간단한 결정도 힘들어지는 것들이요. 이걸 나이 탓이나 스마트폰 탓으로 돌리기 쉬운데, 정신적 과부하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가 자원을 아끼려고 이런 식으로 작동해요.
저는 메모를 안 하면 뭘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을 때가 그 시기였어요. 평소엔 머릿속에서 정리되던 것들이 안 되더라고요.
좋아하는 것들이 귀찮아질 때
이게 가장 조용하고, 그래서 더 놓치기 쉬운 신호예요. 번아웃이 심해지면 에너지가 없어서 좋아하는 것도 하기 싫어지는 게 아니라, 관심 자체가 사라져요. 재미도 없고, 하고 싶지도 않고, 억지로 해도 예전 같은 기분이 안 드는 상태.
그게 슬럼프랑 다른 점이에요. 슬럼프는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고, 번아웃은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희미해지는 거예요.
몸이 신호를 보내면 어떻게 해야 하냐
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비슷해요. 업무를 집에 가져가지 않는 것, 의도적인 휴식 만들기, 잘 자는 것. 뻔한 것 같지만 실제로 이걸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다들 고개를 젓는 이유가 있어요.
제가 느낀 건, 몸이 보내는 신호를 "원래 이런가 보다" 하고 무시하지 않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. 번아웃은 갑자기 쓰러지는 게 아니라, 천천히 소진되는 거거든요. 그 과정 중 어딘가에서 잡을 수 있어요.
이 글을 읽으면서 "어, 나도 이런 거 있었는데"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, 한 번쯤 자기 상태를 들여다봐도 좋을 것 같아요.